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5 - FortunEternal (2024)

25화

“여긴가…….”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적당한 곳에 말을 주차시키고는 안장에서 뛰어내렸다.

채 3시간도 안 되어 이룬, 놀라운 결과였다.

만약 걸어서 온다면 이틀 밤을 새워도 도착하기 어려울 만큼 먼 곳이었으니까.

-푸르릉.

녀석이 자랑이라도 하듯 거친 콧김을 내뿜어 보였다.

나는 그런 놈의 턱과 갈기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어, 슈란.”

윌터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름도 멋들어지게 지어 주었다.

입에 착 붙는 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붉은 갈기와 더불어 열띤 콧김을 내뿜는 모습이 그녀의 성질머리를 연상시켜 절로 웃음이 나왔으니까.

“그럼 가 볼까?”

나무에 고삐를 묶어 두곤 눈앞의 절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얼굴에 부딪는 알싸한 해풍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날 맞아 주었다.

쏴아아. 쏴아아.

발밑에 깎아지를 듯 펼쳐진 절벽.

잠시 넋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절벽의 한쪽 면이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로 장대한 광경이었다.

아일랜드의 모허 절벽을 모티브로 직접 스케치하며 기획했던 맵이었다.

“와, 이게 진짜로 있네…….”

내가 만든 세계가 이렇게 생생히 구현된 걸 보니 새삼 놀라웠다.

비록 내 기획서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지만…….

아르웨이 대륙은 이렇게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던 것.

그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내 눈길이 절벽 한쪽 면에 위치한 작은 동굴에 가 닿았다.

‘저곳인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

하지만 한 번이라도 눈에 띄면 묘하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느낌의 동굴이었다.

뭔가 숨겨져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해도 저곳에 갈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달까?

일단 여기는 뛰어내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높이를 자랑했다.

실제 인게임에서도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100%의 확률로 사망하게끔 기획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걸 확인한 유저들은 수도 없이 여기서 뛰어내리게 될 터.

누군들 저 유혹을 이겨 낼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숨겨진 장소 같은 느낌을 폴폴 풍기는데 말이었다.

뭐, 게임에선 죽어도 세이브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니 더더욱 그럴 터였다.

아마 그렇게 수도 없이 저곳에 닿기를 시도하다가는 결국 지쳐 포기할 것이다.

‘애초에 정상적인 방법으론 절대 못 가는 곳이니까…….’

물론 텔레포트 마법 스크롤을 구해 오는 방법과 도르래를 설치해 이동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일단 가볍게 셋팅부터 해 볼까?”

얼른 허공을 두드려 플레이어 전용 메뉴를 불러왔다.

그러곤 눈앞의 홀로그램 메뉴에서 특수 상점을 선택했다.

[특수 상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획득한 GP를 이용해 특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점 레벨: 1’][‘GP’는 게임의 스토리와 주요 등장인물에 행사한 영향력에 따라 획득할 수 있습니다.][현재 구매 가능한 물품- ‘고속 성장 스타터 팩!’, ‘데일리 팩 I’, 데일리 팩 II’, ‘룬 주문서 팩’, ‘랜덤 박스’]

드디어 기다리던 쇼핑 시간이다.

총알도 확실히 장전했으니… 이제 그토록 원하던 스타터 팩을 구매할 타이밍!

[‘고속 성장 스타터 팩! (450GP)’를 구매하시겠습니까? Y/N]

‘구매한다.’

띠링!

[‘고속 성장 스타터 팩!’ 구매에 성공했습니다!][450GP가 차감되었습니다.][랜덤 박스 2개, 마나석 100개를 획득합니다.][‘경험치 부스터’ (경험치 2배 획득) 효과가 생성됩니다.][‘고속 성장 스타터 팩’ 적용 중. (남은 시간: 29일 23시간 59분.)][주의! 고속 성장 스타터 팩은 단 한 번만 구매 가능하며 제한 시간이 존재합니다.]

눈앞을 수놓는 메시지의 향연!

이것이 바로 쇼핑의 쾌감이 아닐까?

이름하여 현질.

백화점에선 절대 못 느낄, 남자만의 쇼핑이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스타터 팩도 구매했겠다… 이제 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한 달 정도의 스타터 팩 기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뽑아 먹어야 했기에…….

심지어 한 번밖에 못 사는 아이템이라 더욱 알차게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잠시 하늘에 뜬 태양의 위치를 보곤 초조하게 절벽 끝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흐음… 기다리는 동안 랜덤 박스나 까 볼까?”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이참에 심심함이나 달래 볼까 싶었다.

조금 전 스타터 팩을 구매하며 구성품으로 함께 제공됐던 랜덤 박스.

사실 스타터 팩의 구매 목적은 경험치 부스터가 90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그저 구색 맞추기용의 부록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마나석도 충분히 훌륭한 소모품이었지만 초반부에는 별 쓸 일이 없었고, 랜덤 박스는 사실상 그냥 재미로 까는 일회성 유흥거리에 불과했다.

여기에도 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보통 캐쉬로 구매하는 아이템은 모두 윗선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수익성을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

결국 윗선의 압력으로 랜덤 박스의 확률 또한 턱없이 낮게 책정되었다.

물론 유저들이 보는 공식 공지엔 그것보단 훨씬 높게 명시되어 있지만…….

한마디로 사기였다.

이쪽 업계에선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이런 내막을 훤히 알고 있는 나로선 별 기대가 들지 않았다.

[랜덤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Y/N]

‘오픈.’

이내 자그마한 박스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환한 빛을 발하며 그대로 산화해 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었다.

[‘질긴 토끼풀 (30)’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 어림도 없지.”

좀 성능이 안 좋은 하급 물약이나 별 볼 일 없는 재료 아이템이라도 나오길 바랐는데…….

극악의 랜덤 박스는 그것조차 허용치 않았다.

그냥 필드에서 흔히 주울 수 있는 잡템이 나와 버렸으니까.

“이건 이따 슈란 간식으로나 줘야겠네…….”

나는 픽 웃고는 토끼풀 다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인벤토리가 있으니 가방 따위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플레이어 전용 메뉴를 쓸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편한 것.

게임이란 게 얼마나 유저 편의적으로 설계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땐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나는 대충 두 번째 랜덤 박스를 깠다.

어차피 딱히 기대도 없으니 박스를 까는 것도 쿨했다.

‘오픈.’

이내 허공으로 떠오른 랜덤 박스가 마구 떨리며 황금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흡사 찬란한 햇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심상치 않은 빛깔!

“뭐, 뭐야!?”

순간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떴다.

랜덤 박스를 오픈할 때 미리 등급을 알 수 있게 하는 이펙트를 부여했던 기억이 났기에.

‘황금색이라면 설마… 희귀 아이템?’

비록 제일 높은 등급은 아니지만 랜덤 박스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결코 아니었다.

랜덤 박스에서 희귀 등급이 뜰 확률은 채 1프로도 되지 않았으니까.

파앗!

이내 휘황찬란한 황금색의 빛이 가시고, 허공에서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었다.

[‘인내의 팔찌(희귀)’가 생성되었습니다.]

언뜻 꽤 투박해 보이는 작은 은팔찌.

허나, 나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희귀 등급 중에서도 제일 희소한 아이템이 떠 버렸기에…….

게다가 액세서리는 착용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나 구하기 어려운 편이었다.

“미, 미친… 랜덤 박스에서 이게 뜬다고?”

나는 허겁지겁 팔찌를 쥔 채 아이템 정보창을 띄웠다.

[인내의 팔찌 (희귀)]

소실된 옛 기운이 맺혀 있는 고대의 유물입니다.

모든 종류의 속성 공격에 강력한 저항력을 부여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하나의 저항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든 속성 저항력 +20%.

액티브 효과 활성 시 맞춤 저항 속성 선택 가능.

맞춤 저항 속성 선택 시 해당 속성 저항력 +80%, 다른 속성 저항력 ?60%.

“와, 운빨 실화냐…….”

속성 저항력은 보통 액세서리에만 붙는, 무척 희귀한 옵션이었다.

액세서리에 속성 저항력이 한 자릿수로만 붙어 있어도 꽤 운이 좋은 일.

헌데, 이 팔찌는 그야말로 속성 저항에 완전히 특화된 아티팩트였다.

모든 속성에 무려 20%의 저항력을 부여!

그것도 모자라 액티브 효과 사용 시 하나의 속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도 가능한 고성능 아이템이었다.

물론 액티브 효과는 다른 속성 저항력을 모두 -60%나 깎아 먹는 페널티가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속성을 하나 이상 상대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에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건 전설 등급으로 분류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귀한 아티팩트였다.

간혹 그런 것들이 있었다.

부여된 등급 이상의 효과를 지닌 아이템이…….

그래서 고인물들은 최고 등급의 아티팩트로 무장하면서도 간혹 하나씩 등급이 낮은 아이템을 착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단순히 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

“캬, 미쳤다. 창조자의 특전인가?”

어느덧 내 입가에 걸린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경험치 부스터만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하고도 남을 스타터 팩에서 예상치 못한 대박까지 맞아 버렸기에.

나는 얼른 손목에 팔찌를 착용하곤 슬쩍 절벽 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태양의 위치가 바뀌며 절벽에 걸린 그림자의 각도가 살짝 틀어졌다.

그러자 정확히 절벽 중앙의 동굴 쪽으로 비스듬히 그림자가 드리웠다.

“좋아, 슬슬 가 볼까?”

다행히 좋은 말을 구해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게다가 여유 시간을 이용해 알차게 쇼핑을 하고, 기분 좋게 가챠 대박까지 맞아 버렸다.

촉박했던 일정이 초 단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분 좋은 느낌.

왠지 오늘은 예감이 좋다.

“운이 좋군…….”

히죽 미소를 흘린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금 인적이 없는 걸 확인했다.

츠츠츠츳.

어느덧 내 몸이 은밀하게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내 신형이 금세 절벽 동굴에 드리운 그림자로 이동했다.

“이렇게나 쉬운걸…….”

나는 픽 웃고는 까마득한 동굴 밑을 슬쩍 바라보았다.

쏴아아!

연신 절벽을 때리며 하얀 포말을 흩뿌리는 거친 파도.

그 광경이 조금 전보다 확연히 가까이에서 보였다.

“휴우, 아찔하구만…….”

앞으로도 이런 방법으로 닿을 수 있는 비밀 공간이 꽤 있었다.

원래 정상적인 루트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구경조차 해 볼 수 없는 곳.

‘이래서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거지…….’

새삼 그림자의 성흔이 지닌 사기성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무사히 동굴에 안착한 나는 빠르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으음, 어둡네…….”

어느덧 시야가 한 치 앞도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캄캄했다.

허나, 난 조금도 겁먹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상단의 미니맵에 뱀처럼 긴 통로가 일자로 쭉 뻗어 있었기에.

“네비게이션 개꿀이네…….”

얼마나 걸어갔을까?

마침내 좁은 길이 끝나고,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 그림자의 성흔을 얻었던 곳과 흡사한 위용이었다.

하지만 그곳보다는 좀 더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눅눅한 습기와 외벽 여기저기에 낀 짙은 이끼가 그 분위기에 일조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일 음산한 건 바로 바닥에 널린 무수한 해골과 뼛조각이었다.

“으으, 실제로 보니 소름 돋네…….”

비록 내가 기획했지만 직접 겪는 것은 역시 다른 문제였다.

목적지는 저 너머에 고대 문양이 새겨져 있는 외벽.

그곳에 도달하려면 이 무수한 뼛조각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래 봐야 이미 죽은 이들의 뼈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잔뜩 긴장한 채 그림자의 성흔을 발동시켰다.

[‘그림자의 성흔 (히든)’ 스킬을 사용합니다.]

츠츠츠츳.

이내 내 눈에만 보이는 묵빛 기운이 손등에 짙게 맺혔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낡아 빠진 활 따위를 쓰며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

덜그럭, 달그락!

어느새 바닥의 뼛조각들이 제멋대로 조립되며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Skeleton).

그 빌어먹을 몬스터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끼기기기긱.

이내 놈들의 푹 패인 눈두덩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완성된 해골이 일시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수십에 달하는 스켈레톤의 음산한 눈빛.

그것이 일시에 이쪽을 향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허나, 여기까지 온 이상 뒤는 없었다.

‘여기서 물러설 것 같으면 애초에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나는 이를 으득 물고는 놈들을 향해 그림자가 맺힌 손을 지향했다.

“빌어먹을 뼈다귀들… 어디 한번 해보자고!!”

애써 용기를 내어 기합을 내지르던 찰나.

고오오오.

갑자기 머리 위의 허공에 붉은 균열이 생겼다.

“뭐… 뭐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른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붉은 균열이 제멋대로 일렁이는가 싶더니 마치 눈을 뜨듯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마력.

그 때문인지 공동 전체에 미미한 진동이 울렸다.

덜그럭, 달그락.

스켈레톤들도 이를 의식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죽 찢어진 붉은 균열에서 검고 커다란 무언가가 추락했다.

“!?”

순간 시야를 가득 메운 그것의 위용에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떴다.

“제길, 어쩐지 오늘은 운이 좋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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